2019년 7월 30일 화요일

혼밥족을 위한 일본식 김조림 만들기

   흠... 2017년 구정 전이었습니다. 논문 한편 적어볼려고 골 싸매고 있다가 갑자기 일본에서 먹어본 김조림이 생각나더군요. 그래서 머리도 당시에 식힐 겸 이걸 만들어서 오늘 저녁은 김조림으로 밥을 한번 먹어보겠다는 강렬한 투지 내지는 의욕이 생겼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만들지?? 요즘 세상 좋지 않습니까... 흐~~ 인터넷 찾아보면 되지요. 암튼 이곳 저곳 기웃거리면서 만드는 방법은 대충 알아냈습니다.
   그런데 엄청 헷갈립니다.
   김을 살짝 구우니 마니, 파래김이 맛있다는 둥, 생강즙을 넣니 마니, 다시마로 육수를 우려내니 마니... 난 모든 것을 무시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김을 약불에 계속 졸인다는 것이 좀 의아합니다.
   어릴 때의 제 기억으로는 제 모친은 그냥 병에 간장을 1/5 쯤 넣고 찢은 김을 뚜껑이 안 닫힐 정도로 꽉꽉 밀어넣고 뚜껑 닫고 그냥 1~2주일 두면 맛있게 된 것 같았는데...
   암튼 요리가 머 별거 있겠습니까... 제 입맛에만 맞으면 되는 것이지...
   전 매운 맛을 좋아하기에 일단 말린 홍고추하고 마늘을 물에 넣고 욜심히 끓이기 시작했습니다. 머 대충 통마늘 3개에 홍고추 3개입니다.
   흐~ 매운 맛이 팍팍 나네요... 일단 마음에 듭니다. 와이뿌는 옆에서 모하는가 지켜보다가 콜록콜록~ 거립니다... ^_^ 그런데 물을 너무 마니 넣은 것 같습니다. 아~ 몰랑~~ 기냥 계속 끓이면 매워지면서 물은 줄겠지...
   이제 양념장을 만들어야지...
   구글과 네이버, 다음에서 찾아보니 이거 저거 많았지만 전 기냥 간장하고 맛술만... 혼합비율에는 전혀 무신경... 기냥 손까락으로 찍어 맛보고 짭으면 맛술, 달면 간장, 무한반복... 흐~~ 양이 점점 많아지네... 쩝!!

   일단 마늘, 고추 넣은 물을 엄청 졸였습니다. 물이 거의 1/4까지 줄었습니다. 음 맛을 보니 매콤합니다. 내한테는 Good!! 이제 집에 있던 가쯔오부시를 대충 손에 잡히는대로 집어 넣었습니다. 한 10분 정도 그냥 우려낼 것입니다.
   
   채를 받쳐서 끓인 국물(다시)에 아까 맹글어 두었던 양념장을 섞고 김을 찢어 넣으면 대충 끝납니다. 제 지론은 이렇습니다. 레시피에 너무 신경쓰지 마십시다.
   우린 아마츄어입니다. 항상 같은 맛이 나면 사실 진부하지 않습니까... 그 때 그 때 맛이 달라야 아!! 그 땐 괜찮았는데 이번에는 왜 이러지?? 하면서 또 시도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_^!!
   와이뿌한테 사정~ 사정~해서 김밥용 말이 김 한 묶음을 겨우 얻어서 갈가리 찢어서 국물에 섞었습니다.

    
   흐흐... 양념국물이 너무 많네요... 김밥용 김을 한 봉지나 넣었지만 양념국물에 녹아서 국물만 흥건합니다... 고민입니다. 이대로 졸이면 거의 죽이 될 것같은 무서븐~ 예감이... 맛없으몬 만든거 제 혼자 다 묵어야 합니다. 아마도 거의 고문 수준일 것입니다.
   할 수 없습니다. 최후의 수단을 발휘하였습니다. 집사람하구 마트에 가서 오늘 저녁 반찬용으로 파래무침을 할려고 사온 파래를 반 뚝!! 훔쳤습니다. 집사람은 파래가 반이나 없어진거 보고 무슨 요리사가 정해진 레시피가 없고 그 때 그 때 대충 감으로 만드냐고 핀잔을 줍니다만...


   전 연구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쩝!! 이것도 시행착오를 거쳐야만 감을 잡을 수 있습니다. 아~~ 요리사의 길은 정말 힘든가 봅니다. 암튼 한번 해보니 논문 적는 거보다 더 힘듭니다.
   파래가 너무 긴 관계로 가위로 파래를 싹둑싹둑 잘라서 숫가락으로 휘저어가면서 이제 약한 불로 졸이기 시작하였습니다. 센불로 하면 김이 눌러붙을 것 같은 공학적 예측을 기준으로 가스렌지 불조절 핸들을 거의 1/3에 맞추었습니다.
   언제까정 졸이나?? 저도 모릅니다. 일반적인 경험칙을 기준으로 기냥 국물이 안보일 때까정 졸였습니다. 한 6~7분 정도 걸린 것같습니다.

   
   짜잔~~ 완성하였습니다. 왼쪽 사진이 제가 완성한 것이고, 오른쪽 사진은 실제로 일본의 마트에서 팔고 있는 일본식 김조림입니다. 유리병에 넣어서 판매하는데 조미료를 첨가해서 그런지 일본에서 직접 먹어본 경험으로서는 좀 단 맛이  강합니다.
   제가 만든 김조림이 보기에는 거무틱틱하고 얼핏보면 짜장같이 보이기도 하는 관계로 일단 비쥬얼은 꽝입니다만 묵어보니 맛은 짭으면서도 달짝지끈한... 이곳 제가 사는 곳에서는 짭쪼름하다고 표현합니다만 나름 괜찮은 맛입니다. 거의 단 맛이 좀 부족하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제가 일본에서 먹어본 것과 비슷합니다.
   아마도 가장 핵심적인 요소가 가쯔오부시를 우려낸 것 같습니다. 사실 일본 요리에서는 국물이 들어가면 무조건 가쯔오부시, 아님 곤부쯔유, 또 아님 일본식 된장!!! 마지막으론 잔파 썰인 것!!!
   개인적으로 평가하자면 진짜 핵심적인 맛의 비결은 너무 많아 보이는 양념국물때문에 어쩔수 없이 더 넣어버린 파래가 소 뒷걸음에 쥐잡히듯이 본의아니게 맛을 상당히 향상시켜준 것 같습니다.
   ㅋㅋ... 위대한 과학적 발견의 대부분은 우연에 의해서 이루어집니다... 흐흐~ 집사람도 맛보더니 제법 괜찮다고 합니다만 훌륭하다고까지는 안해주네요...ㅠ_ㅠ! 일단 제가 일용할 한달꺼리 밑반찬은 성공적인 것 같습니다....^_^! 나름 꽤 만족~~ ㅠ_ㅠ! 갑자기 옛날 생각나네요.
   머리도 나쁜 주제에 괜히 일본까지 가서 학위할 때 마지막 1년을 돈이 없어서리 와이뿌, 얘들 귀국시키고 혼자 일본에서 개길 때 일요일에 노리쯔께(요게 김조림)하고 우메보시(요건 일본식 빨간색의 싸구려 매실장아찌)만 반찬삼아 에어컨도 없는 집구석에서 땀 삘삘 흘리면서 혼자 밥묵던 기억이...
   밥묵고 핵교로!! 왜? 연구실에 에어컨 빵빵하게 나오거든요...^o^! 아~ C~갑자기 내가 내한테 욕 튀나올라 하네... 큭!! 10년도 훨씬 더 지난 지금도 거의 동일한 생활수준이라서...

   혹시라도 직접 만드셔서 드실 때 조금 들어내서 참기름 좀 뿌려주고, 잔파 썰어서 드시면 훨씬 맛있습니다. 사실 이 밑반찬은 대충 만들어도 거의 비슷한 괜찮은 맛이 납니다. 처음 반찬요리에 도전하는 Home Alone족에게는 무난한 아이템입니다.
   왜냐?? 평가는 딱 4가지입니다. 짭네, 다네, 짭쪼름하네!!, 이게 몬 맛이야?? 다 만드신 후에 좀 짜다고 느끼실 때에는 참기름!! 완죤히는 아니지만 쬐금은 짠맛을 잡아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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