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해 여름 방학이 끝나기 전이었습니다.
집 바로 옆에 마트가 있고, 걸어서 10분 정도 되는 거리이지만 와이뿌가 우유, 애호박, 버섯, 계란, 사과, 밀가루, 쌀 10 kg, 콘푸레이크, 라면, 열무김치 재료, 커피, 내 맥주... 기타등등 살 것이 제법 많다고 해서 마트로 운전하고 갔습니다.
마트 앞에서 우회전하려고 깜박이를 넣는데 잉?? 보통 때와는 다르게 운전석 계기판(Dashboard)에 박혀있는 방향지시등(깜박이)의 점멸표시가 이상합니다.
여기까지 적다보니 요놈을 영어로 어떻게 표현하는지 궁금해서 찾아보니 이름이 엄청 기네요... “Dashboard Turn Signal Indicator Light” 영어단어로부터 요게 무언지 직관적으로는 알 수 있지만 요 조그만 놈의 이름이 이렇게 길었다니... ^_^! 그런데 차 바깥에 붙어있는 방향지시등 램프는 그냥 “(Car) Winker”이군요. 윙크(Wink)에서 나온 단어인 것 같습니다.
암튼 여태까지 깜박이 신호를 넣으면 1초에 한번 정도 깜박거렸는데 갑자기 빡빡빡~하면서 꺼졌다 켰다하는 점멸간격이 엄청 빠릅니다. “어? 얘가 갑자기 왜 이러지??” 마트 주차장에 차를 세워놓고 와이뿌는 마트 지하의 식료품점에 먼저 들어가고 혼자 차에서 비상 깜박이 신호를 넣어 보았습니다.
운전석에서는 양쪽 표시등 둘 다 정상적으로 깜박~깜박~거립니다. 내려서 다 차 주위를 한바퀴 돌면서 보았더니 전면, 후면 4개의 방향지시등이 운전석의 표시등 깜박거림과 같은 속도로 깜박거립니다. “어? 정상인데??” 이번에는 좌회전 신호를 넣고 자동차 앞에서 보니 역시 정상!
그런데 우회전 신호를 넣으니 앞에서와 마찬가지로 계기판의 표시등이 엄청 빨리 깜박거립니다. 다시 차 앞에서 보니 차량 외부의 방향지시등이 계기판의 표시등 점등속도와 동일하게 아주 빨리 깜박거립니다.
“깜박거림이 좀 빨라졌을 뿐이지 고장난 것은 아니네~~... 에이 그냥 개기자^_^!” 이 늙은 차에 이제 더 이상 돈들이기 싫습니다!! (요기서 제가 엄청 큰 실수를 한 것입니다. 차 뒤쪽을 안 본 것이지요...)
마트에서 장보고 집으로 가는데 교차로 우측으로 빠지기 위해서 우측 깜박이를 넣고 1차선에서 2차선으로 바꾸는데 뒷 차가 빵빵거립니다.
기분이 좀 나쁘더군요... 깜박이 넣고 차선을 변경하는데 좀 양보해주면 어디가 덧나나?? 전국에서 부산이 운전매너 제일 더럽다고 하더니만 정말인가? 나도 부산 사람인데 난 운전할 때 양보 자~알~하는데... 쩝!! 그렇게 우측 차선변경만 하면 어쩌다가 뒷 차들이 빵빵거렸지만 신경도 쓰지 않았습니다. “음~ 뒷 차들이 좀 바쁜가벼~”하면서...
며칠이 지나고 좀 먼 학교 한군데로 강의하러 가기 위해 아침 일찍 출발했습니다. 경로는 동래->부산~김해 고속도로->마창대교->고성->고성~통영 고속도로->학교입니다. 빨리 밟으면 1시간 40분, 천천히 가면 2시간입니다.
고성~통영 고속도로는 평일에, 더구나 제가 통과하는 시간대에는 차가 거의 없습니다. 톨게이트로 진입하기 위해서 우측으로 차선을 변경할려고 하는데 뒤에 따라오던 대형 트럭이 빵빵도 아니고 빠아아앙앙앙~~하면서 댑따 큰 클랙션을 울립니다.
저 그 때 식겁했습니다. 너무 놀라서리... 재빨리 차선변경을 중지하고 원래 차선을 유지했더니 그 놈의 대형 트럭이 다시 빠아아앙앙앙~~하면서 제 차 우측을 쏜살같이 지나가더군요... 그 곳이 약간 내리막이라서 큰 트럭들이 속도를 제법 내는 곳입니다. 주로 거제도에 있는 삼성, 대우조선해양의 대형조선소에 납품하는 대구경 파이프, 철판 혹은 철제 구조물을 싣고 가기에 고속버스도 받히면 승객은 물론이고 고속버스 그 자체가 그냥 중상 아니면 사망입니다.
화가 나는 것은 둘째로 치고 진짜로 심장이 벌렁벌렁거려서 톨게이트 빠져 나온 후로 진정한 가슴 진정시키느라 갓길에 차를 세우고 나무 그늘에서 담배를 한 대 피는데...
오잉?? 담배 핀 위치가 차에서 좀 떨어진 곳이어서 차가 좀 비스듬하게 보이는데 전방의 우측 깜빡이는 깜박거리는데 후방의 우측 깜박이는 그냥 그대로... “이게 모야??” 담배 다 피고 갓길에서 바로 깜박이 점검을 했습니다.
비상 깜박이:
운전석 계기판은 정상.
차 바깥은 이제 후방 우측도 죽어있더군요... 따라서 차 바깥은 후방의 우측 빼고 모두 정상.
좌측 깜박이:
운전석 계기판 및 차 바깥 모두 정상.
우측 깜박이:
운전석 계기판은 엄청 빨리 깜박.
차 바깥은 전방은 차 안의 깜박거림과 동일하게 빨리 깜빡거림. 후방은 죽어있음.
곰곰이 생각했습니다. 이게 뭐지? 그러다가 생각이 하나 떠오는게 사실 운전자는 차 안에서 운전을 하기 때문에 전조등이야 고장나면 밤에 당연히 차 앞이 어둡기 때문에 알 수 있지만 브레이크 등이나 깜박이 같은 것이 차 바깥에 붙어있는 램프들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고장이 난 것인지 모르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자동차 회사에서 깜박이 등이 고장나면 이것을 운전자에게 알려줘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일부러 이런 기능을 넣은 것이 아닐까하고 생각했습니다.
일단 수업을 마치면 저녁에 부산으로 돌아가기에 점심시간에 정비소에 둘러서 5,000원 주고 차 바깥의 우측 깜박이 램프만 바꾸었습니다. 이거 엔진오일 바꾸러 다니는 부산의 정비소에서 이야기 하면 서비스로 그냥 해줄 것도 같은데... ㅠ_ㅠ!
그래도 불만은 없습니다. 램프 하나 바꾼다고 트렁크 열고, 후방등 통째로 꺼내고, 거기서 램프 교환하고, 다시 다 제자리에 장착하고... 인건비라는 것이 있지 않겠습니까... 부산으로 돌아와서 차 안 조수석 서랍에 쳐박혀 있던 매뉴얼을 책상에서 한번 읽어봤습니다.
“르노삼성자동차 SM5 사용설명서-자가정비 및 서비스안내서”의 3장 주행할 때(운전석 계기판의 각종 기능을 설명하는 부분) 3-25 페이지에 이렇게 적혀있습니다. “방향지시기의 전구가 끊어지면 빠르게 점멸합니다.”
사실 알고보면 매우 중요한 사실임에도 메뉴얼은 참 성의없게 적어두었습니다. 하지만 쩝!! 소설책이든, 교과서든, 메뉴얼이든 책은 읽어보라고 있는 것인데 그냥 내 팽겨쳐둔 저의 죄입니다.
아~ 당시 며칠 동안 제 차 뒤를 따라오면서 놀라셨던 운전자분들과 저보다 더 놀랬을 수도 있었던 대형트럭 운전자분에게도 늦게나마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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